본문 바로가기
부치지 않는 편지

성지여관

by 이문복 2015. 11. 14.

 

 

성지여관
이 문복
뙤약볕에
사루비아 붉은 꽃망울
소리없이 터지는 마당가
키 낮은 채송화
그믐처럼 눈을 내리까는 적막한 오후
문패없는 녹슬은 철문을
고추잠자리 두어마리 한가롭게 넘나든다
틈새 벌어진 미닫이
때절은 커텐 사이로 충혈된 바람
습관처럼 기웃거리다
천정 분홍꽃무늬 벽지에
달라붙는 후끈한 시간들
비빌데없이 그럭저럭 평상에 앉아
세월을 견디는 늙은 내외와
누렁이의 둥그스런 낮잠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공치는 날이 더 많은 성지여관
남루한 간판이
바람도 없는데 흔들거린다

'부치지 않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아름다운여자  (0) 2015.11.14
능골다방  (0) 2015.11.14
봄날은  (0) 2015.11.14
사랑  (0) 2015.11.14
청평가는길  (0) 201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