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는 편지

부치지 않는 편지7

이문복 2015. 11. 14. 20:44

 

 

부치지 않는 편지7

이 문복
소슬한 어둠내리는 부엌창가
불도 키지 않은채
흐린 달빛만으로
밀어둔 설거지를 하다가
쏟아지는 수돗물을 잠그지도 않은채
젖은 손으로
그대를 생각합니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
세상의 작은 바람 소리에도
그대와 이어지는 날의 연속입니다
그대에 대한
그리움이 두께를 더할수록
삶이 아름답고 쓸쓸하고
때론 행복하고
가끔은 서럽기도 합니다

오늘같이
아카시아꽃향기 환한밤
알수없는 물살의 두근거림으로
수화기를 들었지만
천천히 다시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