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미라보 다리

이문복 2015. 11. 30. 08:31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 속 깊이 새겨두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인생이란 왜 이토록 더디고

희망이란 이토록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