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환갑여행

이문복 2017. 4. 10. 06:52

 

환갑여행

시간에 발담근것들이

소리없이 흐르는동안

어느덧 우리들은 흰머리 성성해지고

묻지않아도 서로의 지난날을 기억하는 친구들...

예순하나

이제 훈장처럼 병하나쯤 달고사는 나이...

그래서 쓸쓸한시간들...

우린 잠시 그시간을 잊고

사십년 훨씬전의

그옛날 그시간속으로 너나할것없이 젖어든다

오래된것들은 편해서 좋은것처럼

친구들도 그런것 같다

여주 세종대왕릉 들러보고

이천친구 고깃집에서 맛있는 점심

남자동창들의 족구시합

삼십명넘은 인원이 놀수있는 친구노래방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또 뽑기로 선물까지....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우리는 예순하나를 잊고 있었다

돌아오는길

관광버스안에서 노래와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차안에서

신나게 춤추고 놀았을꺼라 생각하지만

이제 술도 약해지고 기운도없어

올때는 조용히왔다ㅎㅎ

헤어질시간

헤어지기 아쉬웠던지 생맥주와 골뱅이

안주로 뒷풀이...

 

어느덧

삼월이 지나고 사월이다

시간은 내게 귀뜸도 없이 술술 잘도 흐른다

이제 우리에게

또 누군가를 사랑할날들이

다시 있을지도 모르는 길지않은 시간들

어쩌면 목이 메일수도

때론 서러울수도 있겠지만 잘견디리라

친구들과의 짧은 환갑여행이

행복했던것처럼

살면서 작은일들로도

내남은 시간들이 별안간 기쁠수도 있으리라

집에 오는길

늦은시간 남편을 부르지않고

일부러 산길을 혼자 오른다

가벼운취기에

밤길 내뒷덜미로 내려않는 숲향기

뺨에 와닿는 결고운바람...

잠시 나무의자에 기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제 물흐르고 꽃피듯이

공손하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