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별
이문복
2020. 10. 9. 10:06
쉽지않은 이별
나는
한해동안 입은적이 없는 옷은
그 다음해 장농을 정리하며 버린다
물건 또한 잘 안쓰는 것은
몇년 묵혀두지않고 정리한다
그러나
이십년이 훨씬 넘는동안 한번도
입은적이없던 무릎위로 올라가는 두벌의치마와
그와함께 즐겨입었던 셔츠두어벌은
오래동안 장농에 걸어 놓았다가
어제는 버리려고 꺼내놨다
내게도 짧은 치마를 즐겨입던 젊은날이 있었다
그옷을 버리면 어쩐지 내 마흔즈음을
잃을것같던 짧은치마
이제는그시간을 놓아야할것같다
보름전부터
목디스크로 고생하고있다
몇달전부터 조금씩 목이 불편하더니
보름전 담이 든것처럼 오른쪽 어깨가 불편해
X-레이를 찍어보니 목디스크에 문제가 있단다
나이드니 한번도 아프지않던곳들이
이곳저곳 자꾸아프다
나는 내삶이
한번도 한눈팔지않는 한사람과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거였다
허리가 아파도
소화가 안되는것도
이번처럼 목이 아픈것도 죄다
남편탓이라고 투덜거린다
이제 나이들어 조용히 살고 있는남자는
나의 어떤 원망도 잔소리도
웃어넘기고 늙어가며
따뜻하고 정많은 시아버님을 닮아간다
어쩌다 가끔
혼자 늙어가는것보다
친구처럼
한병 다먹기는 많은 서울막걸리도
나눠먹을수있어
좋다고 생각할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