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살아가는법

이문복 2022. 9. 29. 07:34

내가 살아가는법 
 
내가 이십년넘게 키운
여름이면 창가에 늘어져 꽃을 피우고
그늘을 만들던  능소화나무
어제 저녁운동길에 무심히 올려다 보니
나뭇가지가 많이 짤려져있다
집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종주먹을 대니
나무가 너무 무성해 짧랐다고 한다
내가 나무 짜르는걸 무지 싫어하는거 알면서...내복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봄 뒤곁창고에  
우리집에서 5년을 함께한 고양이총알이가 새끼다섯마리를 낳아
내가 산간을  하며 어린새끼들을 돌봤는데
에미가 여름에 사람눈을 피해  끌고다니다
새끼를 모두 잃었다
그래서 나는그어미를 자식죽였다고  
밥도 안주고 미워한다
남편은 자식잃은 에미맘이 어떡하겠냐며
정성껏 고양이밥을 챙겨주는 뒷모습
남편의 머리숱 훵한 정수리를보며
잠시 복수를 그만둘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런생각도 잠시,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 밥그릇도치우고
간건강에 좋다고 남편이 공을 들이는
가시오가피 나무도
가운데만 남기고 짜르고... 
 
여름내내
흐드러지게 피워있던 창가에
능소화꽃을 생각하며
그가 아끼던게 또 뭐였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