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감기는 순한바람
이계절은 꽃망울처럼
마음만은
어김없이 청춘이 된다
우리가족
아들은 오래전에 나가살고
우리집에는
한남자와
유기견또리 들고양이나비 넷이서 산다
요즈음은 저녁도 또리랑 나비랑 넷이 먹으려고
일부러 좌식밥상을 차려 넷이 둘러앉아
먹는다
남편...
귤한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시고 맛없으면 남은귤은 대신 먹어주는사람
하루 이틀 유통기한 지난우유도
슬며시 식탁 남편자리로 밀어노면
날짜 지난걸 알면서도
군말없이 먹어주는사람
또리...
7년전 동네를 떠돌다가
우리가족이된 어린강아지
지네 아저씨라면 죽고 못산다
내사랑웬수씨는
자기를 무진장 따르는 또리와
애틋한우정(또리는수컷)으로
친구처럼 염치없이 평화롭게 늙어간다
이른아침
출근하는 아저씨를
군인가는 아들을 보내는엄마처럼 보내고
그다음부터
또리는 시간이 멈춰진 상태로
같은자리 같은자세로
창밖을 내다보며
저녁 아저씨가 올때까지 기다린다
나비...
육년전 쓰레기통을 뒤지던
작고 야윈 어린 들고양이
겁이 많아 차밑에 음식을 놔두면
몰래와서 와서 먹던 놈...
이제는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제집처럼 드나든다
이 반복되는 한결같은 일상들...
아주오랜만에
잘있냐고 안부물어주는사람
누군가 날 잊지않고
기억해준다는건 행복한일
이환한봄날
잠깐
나는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