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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

사랑

by 이문복 2018. 10. 26.


사랑 / 김중

곱추 여자가 빗자루 몽둥이를 바싹 쥐고

절름발이 남편의 못 쓰는 다리를 후리고 있다

나가 뒈져, 이 씨앙놈의 새끼야

이런 비엉-신이 육갑 떨구 자빠졌네

만취한 그 남자

흙 묻은 목발을 들어 여자의 휜 등을 친다

부부는 서로를 오래 때리다

무너져 서럽게도 운다

아침에 그 여자 들쳐 업고 약수 뜨러 가고

저녁이면 가늘고 짧은 다리 수고했다 주물러도

돌아서 미어지며 눈물이 번지는 인생

붉은 눈을 서로 피하며

멍을 핥아줄 저 상처들을

목발로 몽둥이로 후려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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