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웬수
성영소
성영소
핸드폰을 볼 때
아내는 돋보기를 쓰고
나는 늘 끼고 다니는 안경을 벗는다.
둘이 다 믿는 예수님과
글자 한 자 다르지 않은 성경을 보면서도
한 사람은 안경을 끼고
또 한 사람은 안경을 벗는다.
우린 이렇게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서로를 보고 살아왔다.
사소한 일일수록 의견이 다르고
더 치열하게 다퉜다.
대개는 아내가 억울한 마음으로 졌다.
용케도 쉰 두해를 참아준 그 무서운 끈기-
하지만 안 보이면
서로 찾는
우린 '평생 웬수'
아내는 여전히 나를 위해 밥상을 차리고
나는 밀대로 겨우 바닥을 닦고 생색을 내는
나름대로 힘든 얌체의 세월을 산다.
내게 더 바랄 것은 없다.
저 평생 웬수, 평생 건강하길 바라는 것을 빼고는-
평생을 싸우다 갈 수 있으니까
평생 웬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