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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쓸쓸한취기

by 이문복 2020. 8. 12.

"늙어서

젊은 시절에는

가장 경멸했을 모습이 되는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아침신문에서 읽은 한구절이다

 

지루한 장마

끈적한 습기로 마음까지  낮게 가라않는다

텃밭에서 처음 수확한 호박 부침가루를 묻혀

호박전을 부쳐 냉장고 구석에 있던

막걸리를 한잔 따른다

내사랑웬수씨는 일이 있어 나가고

나는 나 혼자만의 이런 고요가 좋다

창밖으로

굵은장마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나이들어

술 반잔에도 취기가 오고

그나마 이 쓸쓸한 취기가

오늘 내 반나절을 친구로 옆에 있어줄것이다

나는

점점 어떻게 된일인지

작은일에도 노여움도 서러움도 많아진다

부모에게는 바른말도 말대답이라던데

아들녀석의 말대답으로

나는 한달넘게 화가 났었다

나는 잘 늙어가고 싶은데

옹절하고 심술많은 늙은이가 되어가는것같다

예전처럼 힘들거나 화날때

술한잔먹으면 잊어버리곤 했는데

이제 술도 잘 안받는다

 

법륜스님은

인생에 의미를 두지말고 살라한다

사람이나 풀한포기나

나서 살다가 죽는건 매 한가지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살다보면

화날일도 아파할일도 없을것같다

창밖으로

굵은 장마비는 더 거세지고

나는 잘 늙어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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