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좋아하는 시

내가좋아하는시

by 이문복 2024. 1. 3.


내무덤

               신평
내 무덤은
경주 화천리 어느 산비탈 아래
가만히 숨어있다
내 시 하나가 적혀있을 뿐
나에 관한 표식이 아무 데도 없다
죽은 뒤 화장한 뼛가루
종이에 싸거나 나무통에 넣어
살짝 묻으면 된다
나는 간혹 선들바람이 되어
무덤에 오는 이들 주위를 맴돌려고 한다
때로는 가는 햇살 뭉치로 와
그들 머리 위에 반짝이는 꽃을 만들고 싶다
어쩌면 무덤 주위를 도는 한 마리 나비
나를 용케 알아보는 이 앞에서
반갑게 날개를 펄럭일지 모른다
생사의 강은 멀고도 멀어
어떻게 다시 넘어올 수 있을지 아득하다
.


'내가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테랑  (0) 2022.09.04
  (0) 2022.04.23
평생웬수  (0) 2022.04.20
거룩한식사  (0) 2022.04.18
김포행막차  (0)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