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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by 이문복 2019. 11. 15.

 

새벽부터

겨울비 추적추적내리는 아침

창밖의 시간은

비에 젖어 나뒹구는 낙엽처럼 정말 쓸쓸하다

낮술은 피할까 애쓰다

아침겸 점심으로 때우는식탁

남편이 어제 저녁 먹다남은 서울막걸리 반병

기여코 꺼내 잔을 채운다

건강을 위해 반주로 맥주잔으로 삼분의이정도만 따르고

나머지는 더 먹게 될까봐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성당다닌지가 오래되었는데도

나는 가끔 식사전기도를 깜박하고 수저를 든다

깊은 생각없이 세월을 사니까 늘 삶에 헛발질이다

글을 쓰다 돋보기안경을 쓴채로 손등을 보니 오른손등위에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처가 수두룩하다

거기에 나이들면서 생기는 검은버섯...

상처는 고양이들 겨울준비해주려고 집만들다가

또는 텃밭 가을겆이 하다가 생긴 상처고

검은버섯은 나이들어 그럴테고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막걸리 한잔을 목에 넘기며 손을 뒤로 감춘다

이틀전 남편이

손관절이 아프다해 앞장세워 병원에갔다

그남자는 절대 혼자는 병원에 안간다

병을 키운다고 잔소리를 해도 소용없다

오늘 오후에 결과가 나온다고해 걱정이다

시어머님이 류마티스관절염땜에

엄청 고생하시다 세상떠나셨는데

혹시 남편도 그럴까봐...

젊어서 나를 많이 애먹였는데

그나마 따뜻하고 정많은 시아버님은 닮아서인지 나이들면서

가족소중히 챙기며 착하게(ㅎㅎ) 살고있다

얼마전에는

주방에서 저녁식사준비하는

내등뒤로 TV를 보던 남편이 불쑥,

드라마 대사를 봤는지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이랑 결혼할꺼야" 라고 말했다가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지마라는 볼멘소리른 듣고

그날 저녁식사 반주도 안줬다


창밖의 겨울비는 아직도 내린다

낮술탓일까

나이들어 혼자는 나도 못할것같다

길동무없이 걷는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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