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내 모습이다
책장을 생각없이 넘기듯 흐르는 세월을 견딘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자잘한 이름 모를 꽃들
예전에는 걸음을 멈추고 꽃잎에 얼굴을 묻었는데
이제는 그냥 지나친다
여름이후
이종형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