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5 훗날....나만의 고요한평화 너무 추워 봄이 영영 오지 않을것같다 그래도 시간들이 흐르면 어김없이 봄햇살 고운날이 올텐데... 며칠전 내사랑웬수씨와 집에서 가까운 자연장지에 또리 데리고 산책을갔다 잔디아래 유골을 매립하는 곳인데 햇빛도 잘들고 나무숲도 아름답고 멀리 물빛공원도 보이고 정말 평화로운 곳이다 남편이 뜬금없이 나중에 세상과 이별하면 우리 여기에 같이 오자고 하길래 싫다고 했다 나는 세상과 이별하면 혼자 있을꺼다 그래서 살아서처럼 혼자 물빛공원도 산책하고 혼자 숲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저녁노을을 안주삼아 캔맥주도 마시고... 홀로 잠들을꺼다 2023. 1. 17. 건망증 삶이란 덜 아픈사람이 더 아픈사람을껴안고 가는것이라는데 등토닥이는 섣부른위안은 언제나 나를 뒤척이게 할뿐.... 그나마 시간이 나를 수수해지게 했다 부쩍 건망증이 심해져 생각날때 바로 안하면 잊어버린다 냉장고 문을 열고도 왜 문을 열었는지 생각이 안나 문을 연체로 우두커니 서있다 남편이 거실에서 TV를 보다 나를 바라본다 저남자가 이런 나를 보며 속죄를 하고있나 생각이 들었다 2022. 12. 11. 견디는일 이제 우리에게 괴로워하며 진지하게 정색하고 아프게 따지며 힘들여 셈할일들이 얼마나 남았겠는가 허망함을 허망함으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나는 요즘 훈련하고 있다 김병익 비평집 "조용한걸음으로"서문중에서 견디는 일..... 이제 무언가 새로운것을 생각하기보다 무심히 스쳐 지난것들에 대해 넘겼던 책장을 다시 한번 뒤로 넘겨보며 되돌아봐야 할 시간인것 같다 아침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한참을 누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지나간날들에 대한 후회 앞날에 대한 걱정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없이 힘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리라" "주님이시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실까" 이런 생각을 하며 세월을 견디는 일을 열심히 연습중이다 2022. 12. 8. 차에 기름 가득 채은날 차에 기름 가득채운날 세상 내가 가고 싶은곳 어디라도 갈수있을것 같아 차암 행복하다 내가 세상살면서 몇 안되는 행복한일중에 하나는 차에 기름 가득 넣을때다 시집몇권 챙기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려온 서해바다 궁평항찻집 바닷가 구석진 돌담에 기대어 늦게핀 장미꽃 슬프지만 행복하다 이제 내가 해야할일도 잦아들고 무심한 세월은 눈치없이 자꾸 나를 밀어낸다 아직도 무덤덤히 보낼수없는 일들이 남은건지 작은일로도 다른사람들보다 훨씬 더 상처받고 내사십대가 오십대견디는 것을 겁냈던것처럼 나는 앞으로의 시간들이 자꾸 겁난다 차를 반쯤 우려냈을때의 그향기로 살고 싶은데 마음뿐 아련하게 슬프기도하고 안달나게 초조하기도하고..... 2022. 11. 13. 사람이 아름다운이유 가을비 내린뒤 서늘한바람이 옷깃을 여미게하는 저물력 언덕아래 한남자가 느린걸음으로걸어온다 무심히 가랑잎 뒹구는 창밖을 보니 종종걸음으로 힘들게 뒤뚱거리며 한발짝아닌 반발짝씩 옮길때마다 그는 온힘을 쏟아걷는것같다 걸어도 걸어도 그자리인것 같은 그의 발걸음이 안쓰러워 마당으로 나왔다 그사람이 느리고 짧은걸음으로 내옆을 지나는데 자세히 보니 흰머리에 병색도 짙고 다리도 성치않아 종종걸음을 걸을수밖에 없어 그리 오래걸어오는가보다 그런데 너무 놀라운건 그의 손에 쥐고있던 노란들국화 짧은 숨을 쉬며 올라오다 만난 길옆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들국화 그향기에 얼굴 묻는 고요한평화 그노란들국화를 받아들고 기뻐할 그의 아내 얼굴이 떠오른다 늘아프다고 힘들다고 엄살부리며 사는나 세상에 살만한이유가 없을것 같은사람들도 아름답게.. 2022. 10. 11. 감사합니다...저는 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기도를 해보세요 이렇게 자꾸 자기 암시를 하면 외로워하는 마음의 습관을 바꿀수 있습니다 법륜스님의말씀중에서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네번 한시간 집 가까운곳에 있는 물빛공원을 열심히 걷는다 건강을 위해... 요사이 외로움도 쓸쓸함도 많이 없어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세상사는일은 마음먹기에 달린것같다 낮에 걸던 길을 오늘은 저물녁 혼자 걷는다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지... 허허로운 가슴한쪽을 들락거리던 서늘한바람 슬며시 내어깨에 내려앉는 저녁안개 산허리를 돌아 걷고 있는 내발등위로 떨어지는 가랑잎 숨쉬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시간들 하지만 이 좋은것들을 두고 먼저 떠난 누군가가 늑골에 스며들어 아프지만 미안하게 마음은 평온해진다 2022. 10. 10. 내가 살아가는법 내가 살아가는법 내가 이십년넘게 키운 여름이면 창가에 늘어져 꽃을 피우고 그늘을 만들던 능소화나무 어제 저녁운동길에 무심히 올려다 보니 나뭇가지가 많이 짤려져있다 집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종주먹을 대니 나무가 너무 무성해 짧랐다고 한다 내가 나무 짜르는걸 무지 싫어하는거 알면서...내복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봄 뒤곁창고에 우리집에서 5년을 함께한 고양이총알이가 새끼다섯마리를 낳아 내가 산간을 하며 어린새끼들을 돌봤는데 에미가 여름에 사람눈을 피해 끌고다니다 새끼를 모두 잃었다 그래서 나는그어미를 자식죽였다고 밥도 안주고 미워한다 남편은 자식잃은 에미맘이 어떡하겠냐며 정성껏 고양이밥을 챙겨주는 뒷모습 남편의 머리숱 훵한 정수리를보며 잠시 복수를 그만둘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런생각도 잠시, 남편이 애지중지.. 2022. 9. 29. 젤렌스키연설문 러시아, 너희가 가스, 빛, 물, 음식으로 협박하면 그것 없이 살겠다. 추위, 어두움, 갈증, 배고픔이 너희에게 굴종하는 것보다는 견딜 만하다. 그리고 우리는 끝내 가스, 빛, 물, 음식도 되찾을 것이다. 그것도 너희의 도움 없이.” 이 연설문을 영국의 더 타임스는 “우리 시대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라고 극찬했다. “시적(詩的)이면서도 단호한 정서가 담겨 수십년간 읽힐 명문” 2022. 9. 22. 삶이 낡았다 요즈음에 내 모습이다 책장을 생각없이 넘기듯 흐르는 세월을 견딘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자잘한 이름 모를 꽃들 예전에는 걸음을 멈추고 꽃잎에 얼굴을 묻었는데 이제는 그냥 지나친다 여름이후 이종형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2022. 9. 19. 이전 1 2 3 4 5 6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