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기념일
나는 결혼한날이 기념할날은 아니라고 투덜되며
둘이 집앞에 새로 생긴
고깃집에 저녁 먹으로 갔다
소주 한병을 시켜
평소에는
내가세잔 남편이 네잔을 먹는데
오늘은
내가 네잔 남편이 세잔을 먹었다
술을 먹다가
갑자기 내손으로 내머리를 쓰다듬었다
남편이 왜그러냐고 묻길래
아직까지
당신과 살아준 나의인내가
기특해서 그런다고 했다
남편이 소리내어 웃으며
"문복이도 많이 늙었네"한다
그는 늙은 내가 애처로운것 같은데
나는 희끗희끗한 흰머리 성성한 남편을 보며
속절없이 지나간시간들에
화를내듯
오랫만에
내주량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