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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적

by 이문복 2024. 6. 25.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예전에는
신문을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나오면
냉장고에 붙여놓고
주방을 오가며 몇일을 읽었다
나이들어
눈도 어두워지고 감정도 메말라져
아름다운글 앞에서도
눈길이 멈추지않는다
아주 오랫간만에
신문 한귀퉁이에 실린시를
냉장고에 붙여놓고
마음은
갈피잡을수 없는 시간들속을
종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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